좋은 시

눈물 속에는 - 김재덕

백합공주 2022. 9. 25. 16:00

 

 

눈물 속에는 - 김재덕

 

 

글쎄,

젖지 않는 눈 있을 리 없지만

유난히 슬픈 눈은 있다

 

어젯밤 내린 눈이 그랬다

습설(濕雪)이라더군

작부 속눈썹처럼 떨어져

나뭇가지를 부러뜨리고

지붕을 내려 앉혔다 세상이 야단이다

 

어둠을 지우며 내리는 모습

누군가를 부여안고 내리는 듯 보인다

하늘에서부터 짊어지고 온

전설이나 기억 같은

그런 것들 아닌가

 

창틀에 내려앉은 한 녀석

그렁그렁 녹지도 못하고

망설이다 눈물 왈칵 쏟는다

잠깐 마주보다

주르르 어둠 속으로 떨어져 간 눈물

 

나를 아는 이 아닐까

언젠가

마주 잡은 손 놓고 떠난 이

멀리 갔다 오래 걸려 돌아온

그 사람 아닐까

 

바람으로 구름으로 떠돌다

슬픔으로 뚝뚝 듣는 그 사람

지나는 길에 겨우 들러

얼굴 한 번 보고 떠나는 눈물 같은

그 사람이면 어쩌나

 

젖은 슬픔들

또 울며 내려오는데

 

 

*시집/ 나는 왼쪽에서 비롯되었다/ 곰곰나루