바깥에 대하여 - 황현중 세상의 바깥이 없다면 어떻게 안으로 들어가겠어 꽁꽁 언 손을 엄니가 어떻게 따뜻한 아랫목에 넣어 주겠어 바깥이 없다면 새벽에 오줌 누러 나갔다가 바라보던 달과 별과 여치 울음소리는 어쩌라고 엄니의 품속으로 기어들어 가 더듬던 그 까만 젖꼭지는 어쩌라고 인심 좋은 애비가 어떻게 동네 사람들을 집 안으로 불러들여 신김치에 막걸리 한잔 대접하겠어 바깥이 없다면 고맙다고 누가 인사나 하겠어 잘 가라고 누가 손이나 흔들겠어 세상의 바깥이 없었다면 내가 세상으로 나가 이만큼 사람 노릇이나 했겠어 귀여운 어린애들 머리 한번 쓰다듬을 수 있겠어 어떻게 세상을 어루만지겠어 밖에서 더듬지 않으면 손을 더듬지 않고 입술을 더듬지 않고 서로가 얼싸안지 않으면 그녀를 만나 사랑이나 한번 했겠어 *시집/..