좋은 시
바깥에 대하여 - 황현중
백합공주
2022. 9. 25. 16:02
바깥에 대하여 - 황현중
세상의 바깥이 없다면 어떻게
안으로 들어가겠어
꽁꽁 언 손을 엄니가 어떻게
따뜻한 아랫목에 넣어 주겠어
바깥이 없다면
새벽에 오줌 누러 나갔다가 바라보던
달과 별과 여치 울음소리는 어쩌라고
엄니의 품속으로 기어들어 가 더듬던
그 까만 젖꼭지는 어쩌라고
인심 좋은 애비가 어떻게
동네 사람들을 집 안으로 불러들여
신김치에 막걸리 한잔 대접하겠어
바깥이 없다면
고맙다고 누가 인사나 하겠어
잘 가라고 누가 손이나 흔들겠어
세상의 바깥이 없었다면
내가 세상으로 나가
이만큼 사람 노릇이나 했겠어
귀여운 어린애들 머리 한번
쓰다듬을 수 있겠어
어떻게 세상을 어루만지겠어
밖에서 더듬지 않으면
손을 더듬지 않고
입술을 더듬지 않고
서로가 얼싸안지 않으면
그녀를 만나 사랑이나 한번 했겠어
*시집/ 구석이 좋을 때/ 한국문연