[스크랩] 사랑굿 / 김초혜
사랑굿<1> - 김초혜
그대 내게 오지 않음은
만남이 싫어 아니라
떠남을
두려워함인 것을 압니다.
나의 눈물이 당신인 것을
알면서도 모르는 체
감추어 두는
숨은 뜻은
버릴래야 버릴수 없고
얻을래야 얻을 수 없는
화염(火焰) 때문임을 압니다.
곁에 있는
아픔도 아픔이겠지만
보내는 아픔이
더 크기에
그립고 사는
사랑의 혹법(酷法)을 압니다.
두 마음이 맞비치어
모든 것 되어도
갖고 싶어 갖지 않는
사랑의 보(褓)를 묶을 줄 압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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사랑굿 <2> - 김초혜
우리도 섞어서
울리어 보자
이지러진 마음일랑
홀로 버리고
울릴듯한 울릴듯한
징이나 되어서
마음껏 그대나
그리워하자 .
그대 보려는
발돋움으로
돌이 되어도
용솟음으로
엉클어지는
숨결이 되자 .
시작도 끝도 없이
천역살로 온 그대
헤어지기도 하면서
만나기도 하면서
끝까지 이렇게 걸어가 보자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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사랑굿<3>- 김초혜
잊어버리자 해도
여러해살이 종기처럼
전신 발열을 일으키는
시들지 않는
나의 전체
그대 허락지 않은 땅에
피로 거른 눈물로
꽃을 피우는
헛된 영혼의 나들이
너는 나의 칼
원하면 원할수록
치사량(致死量)의 피가 흐르고
가면 가는 만큼
물러서는 그대
살아 못하면
죽어 하리라는
순백의 눈물도 되는
나의 가엾음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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사랑굿 <4> - 김초혜
나는 너에게
누가 알면 큰일나는
겹도록 감추어 둔
비밀이고 싶다.
종일을 숨어
그대 생각해도
마음 한금 건드리지 못하고
가난하고 약해지는
뚝 뚝 눈물이 되는 버릇
남은 살 몇 점
더 태워
뼈인 발목 절룩이며
울고 섰는데
거울 앞에 서지 않는
너의 피곤한 미혹(迷惑)
그대
숨막히는 냉정함의
절대한 그리움을
주저앉히진 못할지라도
가거든 아니오기를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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사랑굿<5> - 김초혜
나는 너에게
누가 알면 큰일나는
겹도록 감추어 둔
비밀이고 싶다.
종일을 숨어
그대 생각해도
마음 한금 건드리지 못하고
가난하고 약해지는
뚝 뚝 눈물이 되는 버릇
남은 살 몇 점
더 태워
삐인 발목 절룩이며
울고 섰는데
거울 앞에 서지 않는
너의 피곤한 미혹(迷惑)
그대
살을 우비는 냉정함의
절대한 그리움을
주저 앉히진 못할지라도
가거든 아니오기를
모른 체하는
사랑굿<6>- 김초혜
사람 옆에서
목숨 하나
진실히 울고 있다
보이지 않음인지
못 본 체했음인지
시침을 떼도
끝이 없는 빛줄기를
지울 길 없어
마음을 달래어
허울로 온 것을
밀어도 다가서려는
진실이라 믿으마
얼굴도 심장도 없네
성한 모습 무너진 것
부끄런 줄 모르고
어쩌다 선연한 눈물이라
당신이 찾을 때까지는
먼 등불로
비밀한 늑골 하나
숨이 차도
모른 채 있으마.
* 김초혜님은 소설가 조정래님의 부인.